춘추시대 오나라의 대표 군사 전문가이자 책략가로 알려진 '손자병법서 13편'의 저자 손무를 살펴보자. 손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사학과 관련하여 언제나 최고로 손꼽히는 모략의 대가이다. 손무의 생몰 기간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기원전 544년에서 기원전 496년으로 보고 있다.
손무의 조상은 진나라 왕족으로 본래 성은 규성(주나라의 무왕으로부터 분봉받은 제후국, 진 씨 일족)이다. 기원전 627년 손무의 선조 공자 완(진완)이 내란 통에 제나라로 망명했다. 당시 제나라는 춘추 5패의 한 명인 제 환공이 집권하고 있었고, 그는 공자 완에게 상경의 벼슬을 내려 제나라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후 100여 년 간 정착하는 과정에서 성을 전(田)으로 바꾸면서 전씨전 씨 일족이 번성하였는데, 손무의 조부인 전서가 거 땅을 정벌하는 공을 세워 손(孫)이라는 성을 받았다. 전 씨 일족에서 분가한 손 씨 일족은 신흥 군사 전문가 집안으로 활약해왔는데, 기원전 532년 제나라에서 4성(전, 포, 난, 고)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손무는 오나라로 이주하여 정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무는 자가 장경으로 청년 시절부터 병법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하며 검술도 잘 했다. 어느 시점부터 손자병법을 저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나라의 대부 오자서의 추천으로 임관하기 전까지 완성된 것으로 역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손무가 역사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일화는 합려를 만난 후 부터이다. 사기나 소설에서 손무가 합려의 궁녀 180명을 조련하는 일화가 매우 유명하다. 이야기에 따라 합려가 손무를 조롱 혹은 시험하기 위해 궁녀를 지휘하게 했다는 이야기와 손무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궁녀들을 조련하겠다고 한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손무는 궁녀 180여 명을 데리고 실제 군인들이 하는 제식 훈련을 시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애석하게 궁녀들의 대장 2명은 목이 날아갔다.
손무는 자신이 저술한 손자병법의 이론과 실전이 함께 어우러 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합려는 즉시 손무를 대장군으로 임명하였다. 합려는 손무에게 병권을 주어 군사들을 훈련하도록 하였고, 손무의 탁월한 능력으로 오나라 군대를 정예병으로 키워냈다. 당시 국경 지역을 맞대고 있는 당대 최강국 중 하나인 초나라와 지속적으로 분쟁이 있었는데 합려는 정예병을 이용하여 초나라를 정벌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초나라에 비해 약소국인 오나라의 현황을 파악한 손무는 차분히 계책으로 점차 초나라를 약화시켜갔다. 초나라는 내부적으로 권력 투쟁이 생겨 군대 체계가 혼란스러워지고 장수들은 군공을 세우기 위해 서로를 시기 질투하였다. 대표적으로 낭와와 심무술의 관계가 매우 악화되었는데 이 둘이 힘을 합쳤다면 오나라 침공을 막아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언제나 초나라에 괴롭힘을 당하던 당과 채 두 나라를 끌어들여서 초를 침공하는데 활용하였다. 합려는 오랜 기다림 끝에 군대를 일으켜 초나라를 침공하였고, 초나라를 속절없이 무너졌다. 물론 기록상으로 손무가 이 과정에서 어느정도로 활약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 초나라를 정벌하는 데 있어 지대한 공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만 해볼 뿐이다.
합려는 초나라 수도 영성을 점령하여 주변 제후국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원정길에 지친 오군은 수도 영성에서 약탈하고 향락에 빠진 틈에 초나라의 원군으로 온 진나라에 의해 결국 초나라를 멸망시키지 못하고 퇴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합려의 동생 부개가 반란을 일으켜 합려는 궁지에 몰리게 되지만 반란을 진압하기도 했다.
초나라와의 대전 이후 손무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일설에는 오나라로 회군하는 중 부개와의 전투에서 전사했을 것으로 보는 설과 합려에게 실망하여 라부산으로 은거했다는 설이 있다. 혹은 손무 같은 천재적인 재능을 시기한 이들에 의해 암살되었을 수도 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손무는 춘추시대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현대의 명장들에게도 존경받는 명장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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