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녕대군(+어리, 충녕대군, 폐위)
조선 3대 국왕 태종 이방원의 장남 왕세자 이제의 방탕한 생활로 인해 폐세자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태종 이방원은 군사를 동원해 조선을 장악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렸으나 의연하게 나라를 다스렸던 철혈군주였으나 아들 앞에서는 나약한 아버지에 지나지 않았다. 장남 이제에게는 세 명의 형이 있었으나 모두 어린 나이로 요절함에 따라 왕세자로 책봉되었다. 그렇기에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세자 이제는 어린 나이에 왕세자가 되어 국왕이 되기 위해 제왕학 수업을 착실하게 익혔다.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세자 이제는 이런 제왕학 수업에 대해 점차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본래 성격이 자유분방했던 탓에 공부보다는 노는 것을 더 좋아했고, 태종 이방원의 속을 점차 썩였다. 하지만 세자 자리를 국운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쉽게 교체할 수 없었고, 태종 이방원은 그저 세자가 제자리에 돌아오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세자 이제(훗날 양녕대군)는 구종수와 같은 간신들과 놀아나면서 전 중추원부사 곽선의 첩인 어리를 납치하는 사건을 벌이게 된다. 그전에도 술을 마시고, 매 사냥을 즐기며,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켰으며, 어리를 납치한 것은 세자 이제가 폐세자가 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우선, 곽선은 고위직에 있었던 원로의 첩을 세자의 권세를 이용해 빼앗은 것은 천인공노할 사건이자 패륜적인 행태로 태종 이방원은 도저히 묵구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태종 이방원이 세자에게 질책하자 세자는 태종에게 아바마마도 첩이 많이 있으면서 왜 나아게 그러냐고 억지스러운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어리는 세자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훗날 폐세자가 된 양녕대군의 신세를 망쳤다는 오명을 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드라마 내용 중 양녕대군과 충녕대군의 기 싸움이 상당히 흥미롭다. 사실 양녕대군이 양아치 짓을 하다가 세자에서 쫓겨나게 되었으나 그동안 충녕대군의 자질을 파악한 양녕대군이 세자 자리를 양보한 것으로 미화되었다. 실제로는 세자라고 하는 권세를 이용하여 온갖 유흥과 향락을 즐겼던 패륜아에 지나지 않은 인물로 훗날 조선 왕조에서 폐세자가 된 이유를 망나니 짓을 하다가 쫓겨났다고 할 수 없어 동생에게 세자 자리를 양보한 덕을 가진 인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태종 이방원에게 충녕대군과 같은 아들이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양녕대군이 왕위에 올랐거나 혹은 충녕대군이 아닌 다른 왕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운영이 되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충녕대군 즉 훗날의 세종이 조선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국가를 경영했기 때문에 치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성역을 건드리는 것과 같이 인식되는데... 드라마 상에서 충녕대군 역시 세자 자리에 욕심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충녕대군이 세자 자리에 관심이 없을리가 없을 것 같다. 그 누구보다 군왕의 자질을 가진 인물로 자신이 익힌 학문을 활용하여 국가를 경영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을 것이다. 특히, 형이 만약 국왕이 된다면 아버지가 반석에 올린 조선이라는 나라가 흔들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 드라마에서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충녕대군이 세자에 책봉된 후 폐세자가 된 형 양녕대군을 끝까지 보살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양녕대군은 양아치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자 조정에서 양녕대군을 벌하라는 상소가 빗발쳤지만, 세종은 끝까지 형을 벌하지 않았다고 한다. 형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한데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던 것은 아닐지...
양녕대군은 어머니 원경왕후 민씨의 집안을 거덜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태종 이방원은 국왕에 오른 후 외척을 제거하는데 힘을 쏟는다. 그리고 원경왕후 민씨의 집안이 태종 이방원에게 찍히게 되는데, 훗날 세자가 왕에 오른 후 권신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런 경향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 민무구와 민무질이 귀향을 가게 된다. 양녕대군 역시 자신이 왕위에 올랐을 때 민씨 집안의 권세를 컨트롤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혹은 자신이 폐위될 위기를 넘기기 위한 희생양을 삼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외삼촌들을 죽게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