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령 철종(+가계도, 아들, 철인왕후)
조선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국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그리고 그의 아들인 세종대왕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조선 중기 성종과 연산군, 선조와 광해군 등이 자주 등장하며, 후기에는 영조와 정조 그리고 고종이 등장한다. 이외 수양대군으로 알려진 세조와 삼전도의 굴욕의 주인공인 인조 등도 있다.
상대적으로 강화도령으로 알려진 조선 제25대 국왕인 철종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최근 드라마 철인왕후의 인기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철종의 별명인 강화도령은 그의 불우했던 삶을 대변하는 용어이다. 과연 실제 철종은 어떤 삶은 살았던 국왕일까?
우선, 철종은 국왕의 계승자와는 거리가 먼 방계 출신의 왕족이었다. 하지만 제24대 국왕인 헌종이 21세의 나이로 후사 없이 요절함에 따라 직계 혈통이 단절되면서 갑작스럽게 대권을 이어받게 된다. 이는 철종에게 큰 행운이자 불행이었다. 국왕에 오를 준비 없이 세도 정권에 의해 보위를 차지함으로써 정치적 기반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국왕에 오르기전 철종은 강화도에서 나무꾼 생활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화도령이라고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하여 야사에는 그의 어려웠던 삶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죽하면 친척 집에서 종노릇을 하면서 폭행을 당하거나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적인 왕족이나 귀족들과 같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는 못했어도, 폭행이나 끼니를 때우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물론 엄청 고생을 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다만, 선대 왕들과는 달리 민생 체험을 제대로 한 왕은 철종이 유일하다. 평범한 백성으로 살고 있던 철종 즉 이원범은 1849년 국왕에 옹립된다. 당시 조상이 역모에 몰려 죽은 전례가 있어 철종은 자신을 잡으로 온줄 알고 산속으로 도망쳤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하지만 영의정 정원용과 주민들의 설득으로 돌아온다.
사가에서 평범한 생활을 했던 철종은 제왕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처음에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외로 이해력이 빨라 3년의 수렴청정 기간을 거쳐 친정을 하게 된다. 특히, 서민들의 민생고를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개혁 정책들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세도 가문들의 반발로 좌절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철종의 정통성과 그를 지지해줄 친위 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세도 정권의 전횡으로 삼정이 문란하고 극심한 민생고로 인해 경상도, 함경도, 전라도에서 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 조정은 그야말로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철종은 의욕적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으나 실권 없는 왕의 한계에 부딪혀 의욕을 잃게 된다.
이에 국정에 대한 의욕을 잃고 여색과 술로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33세의 나이에 병을 얻어 생을 마감한다. 철종 사후 대권은 철인왕후 김씨의 소생인 왕자가 아닌 고종이 승계한다. 철종은 다섯 왕자와 한 명의 옹주를 생산하였으나 대군의 칭호가 없는 것으로 보아 어린 시절에 요절한 것으로 보인다.
민생이 혼란스러웠던 시기 철종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만약 그를 지지해줄 수 있는 세력이 있었다면 조선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철종의 부인이었던 철인왕후 김 씨는 세도 가문의 출신으로 안동 김씨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왕비로 천거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가문을 두둔한 적이 없었다고 하니 현명한 왕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철종의 외아들 원자 이융준을 소생으로 두었으나 어린 나이에 열병으로 요절하였고, 그녀는 42세의 나이로 폐결핵에 걸려 승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