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왕자의 난의 희생자 이방석
조선 최초의 왕세자이자 폐세자가 된 불운의 왕자 의안대군 이방석에 대해 살펴보자. 이방석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8남이자 신덕왕후 강 씨의 차남이다. 현재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왕자의 난이 곧 벌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어 세자 이방석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즉 이복형인 정안군 이방원은 결코 이방석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 이방석이라는 존재만으로 온갖 무리들이 세자를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방원을 공격할 것이 뻔하기 때분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기록상으로 의안대군 이방석이 처음부터 세자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매체에서는 신덕왕후 강 씨가 태조 이성계에게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해달라고 간언하여 결정한 것으로 표현된다. 만약 신의왕후 한 씨가 살아있었다면 신덕왕후 강 씨는 과연 이방석을 세자로 만들 수 있었을까? 신의왕후 한 씨가 조선 건국 전에 사망함에 따라 신덕왕후 강 씨가 조선 최초의 정비가 되면서 자신의 아들이 세자가 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만약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어떻게든 이 상황이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신의왕후 한씨 소생의 자식들의 전공이 매우 컸다. 특히 정안군 이방원은 정몽주를 제거함으로써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조선 건국 후 태조 이성계는 즉시 자신의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해 대신들과 논의했다. 대신들은 차남 이방과와 다섯째 이방원을 추천했다. 대업이 완성된 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공이 많은 와자가 세자에 올라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태조 이성계의 마음에는 신덕왕후 강 씨의 아들인 이방번이나 의안군 이방석을 두고 있었다.
아마 신덕왕후 강씨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신덕왕후 강 씨는 조선의 정비라는 명분과 주변 대신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정치력으로 이방석을 세자로 책봉시키는 데 성공한다. 일부 대신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가졌지만 태조 이성계가 지지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덕왕후 강 씨 역시 조선을 건국하는데 그의 집안의 힘도 엄청나게 작용을 했을 것이다. 조선 건국 전까지 신의왕후 한 씨 소생의 자식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게 된 것은 그녀의 집안의 도움으로 중앙 정계로 진출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세자 책봉 문제로 완전히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역사적인 결말을 봤을 때 결국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정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신덕왕후 강씨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것이다. 그녀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이방원이라고 하더라도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튼 신덕왕후 강 씨가 사망함에 따라 큰 스트레스를 받은 태조 이성계 역시 병에 걸려 자리에 눕게 된다. 이 사이에 정안군 이방원은 형제들과 자신을 따르는 수 수하들을 데리고 왕자의 난을 일으킨다. 그리고 세자 이방석과 무안군 이방번은 이복형의 칼날에 생을 마감한다.
그렇다면 이방석은 비록 신덕왕후 강씨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폐세자가 되는 불행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우선 세자 책봉에 있어 장자 상속에 근거해서 정해져야 하는데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적장자였던 이방우가 고려에 대한 충성을 고집하다가 병으로 사망했다. 그렇게 되면 여러 대소 전투를 경험했던 차남 이방과나 조선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다섯째 이방원이 되었어야 한다. 이미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검증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만약 호랑이 같은 형들을 제치고 이방석이 세자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출중한 능력이라도 보여주어야 하지만 자질이 뛰어났다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설사 자질이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고려 시대에 과거에 합격했던 이방원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방석이 세자로 책봉된 후 현빈 유씨가 세자빈이 되었으나 내시 이만과 간통을 하는 일이 방생하여 폐출되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장군들과 궁 밖에 나가 남의 집 가축을 쏴 죽이거나 궁 안에 창기를 들이는 등 비행을 저질렀다(태종 시대 작성된 기록이라 모두 신뢰할 수 없지만 일부는 사실로 볼 수 있다). 아마 권신의 자식으로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살다가 갑자기 세자 자리에 올라 공부를 했어야 하니 많이 답답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덕왕후 강씨가 대세에 따라 욕심을 줄였다면 자신의 아들들은 평범한 왕족으로 잘 지내다가 천수를 누렸을 것이다. 신덕왕후 강 씨 집안 자체가 권신 집안이었기 때문에 재산이 엄청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운명은 결코 이방석의 편이 아니었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1차 왕자의 난이 끝난 후 정종과 태종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방석을 서자로 격하하고, 신덕왕후 강 씨마저 후궁 격으로 격하시켰다. 의안대군이라는 군호도 먼 훗날 숙종에 의해 추봉 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