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제11대 국왕 중종은 조선사에서 특이한 케이스로 국왕이 된 인물이다. 바로 조선 왕조 역사상 최초의 반정인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을 폐위한 신하들에 의해 새 국왕으로 옹립된 것이다. 연산군 말기 공포정치를 통해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하들은 폭정에 항거하여 국왕을 갈아치우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연산군은 성종과 폐비 윤 씨의 적장자로 즉위 초기에는 국정을 잘 운영하였으나 재위 10년이 되던 해 갑자사화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폭주를 멈추지 못하고 사치와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가 1056년 중종반정으로 폐위되어 교동도로 유배 간 뒤 사망했다.
중종 반정은 박원종, 유순정, 성희안이 주축이 되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연산군을 폐위한 후 성종의 계비이자 진성대군의 어머니인 정현왕후 윤 씨를 찾아가 진성대군으로 하여금 왕위를 잇도록 하라는 교지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정현왕후는 처음에는 거절하였으나 신하들의 계속되는 요구에 수락하게 되고 진성대군은 근정전에서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중종 반정이 성공하자 많은 사람들은 연산군의 폭정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박원종, 유순정, 성희안 등 반정 공신들은 권력에 취해 권신이 되었다. 중종은 국왕이 되었으나 반정공신의 눈치를 보아야 했고, 훈구 세력들에 대한 견제를 하려고 하면 중종까지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협박까지도 하였다.
중종은 반정 공신들을 견제하기 위해 조광조를 중심으로 한 사림을 중용하기 시작한다. 조광조는 도학 정치(성리학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통치 사상)의 이상을 가진 선비로 성리학적 이론에 입각해 인재들을 적극 등용하여 왕도 정치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조광조는 중종의 후원에 힘입어 대담하게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반정 공신들의 위훈 삭제와 소격서 혁파 등을 추진하면서 훈구파들과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조광조가 추진했던 현량과는 과거 제도의 공정성을 따라오지 못했고, 조광조의 이상주의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즉 정책은 미래를 보고 설계한 후 추진하여야 하지만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급진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현량과로 등용된 인물은 조광조를 추종하는 신진 사림파였기 때문에 등용 기준이 공평하지 못했고, 조광조는 신하로서 월권행위까지 하면서 중종의 심기를 건드렸다.
조광조를 중심으로 한 사림이 훈구 세력과의 힘싸움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 직전 중종은 다음과 같은 결단을 내린다. 한쪽 세력이 권력을 독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훈구파의 손을 들어주게 되고 이로 인해 기묘사화가 일어나게 된다. 기묘사화가 일어나게 되자 조광조를 비롯한 수많은 사림들이 탄핵을 받아 숙청되고 조광좌의 개혁은 실패로 돌아간다. 다만, 훗날 조광조의 왕도 정치를 조선에 뿌리를 내린다.
사림 세력이 축출된 후 권신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이후 권신들 사이에서도 정치적인 대립이 일어남에 따라 김안로가 권력을 잡았다가 몰락한 후 문정왕후의 남동생인 윤원형 일파가 득세하였는데, 과거 인기 드라마 여인천하가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결국 중종은 반정으로 오른 국왕이라는 한계를 여실이 보여주었던 왕으로 유약한 이미지가 강하다.
다만, 실추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애를 썼던 왕으로 권신들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이중적인 정치행태를 보여주었다. 즉 스스로 정국을 주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림과 훈구세력 등을 이용하여 균형을 잡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특정 인물에게 권력을 몰아주었다가 제거하기를 반복하면서 정치 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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