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 씨의 적장녀 경순 궁주(경순 공주)의 안타까운 사연에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재조명되었다. 그녀는 고려 후기 문신인 이조년의 증손자이자, 권신 이인임의 조카인 흥안군 이제와 혼인하였다. 조선 개국 후 경순궁주에 봉해진 그녀는 1398년 1차 왕자의 난 때 이복오빠인 정안군 이방원에 의해 친동생인 이방번과 이방석이 살해되었다. 그리고 남편 흥안군 이제 역시 처형되었다.
경순궁주는 남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정안군 이방원에게 빌었지만 강직한 성품을 가졌던 흥안군은 처남들과 운명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마 드라마의 내용과 같이 정안군 이방원은 자신의 뜻을 따르면 흥안군 이제를 용서하려고 했으나 이제는 단호히 거절했던 것 같다.
1차 왕자의 난으로 두 동생과 남편을 잃은 경순궁주는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으며, 조선 최초로 출가한 왕족이 되었다. 충격적인 상황에 비추어 정신이 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일 것이다. 태조 이성계는 이방원이 신덕왕후 강 씨의 딸인 경순궁주마저 해를 입힐까 봐 직접 머리를 깎아 출가시켰다고 전해진다.
경순궁주가 출가한 곳은 정업원인 청룡사로 당시 갈 곳을 잃은 고려 왕족들의 처 등 왕실 여성들이 많이 지내고 있었던 곳으로 의안대군 이방석의 부인인 현빈 심 씨도 출가하여 청룡사에서 함께 지냈다. 태조의 우려와는 달리 태종 이방원은 경순궁주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찰들을 폐쇄할 때 정업원은 예외로 두었다. 또한, 비구니가 된 후 마음의 병이 치유가 되지 않았는지 1407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입적하자 태종도 조문을 갔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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